알래스카 여행 2일차 - 체나 핫 스프링스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하루
어젯밤 오로라 투어의 여운과 피곤함이 남아서인지, 오늘 아침은 무려 10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모두들 천천히 준비를 마치고, 전날 저녁을 먹었던 리조트 내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시리얼 하나를 구입하고, 월마트에서 사온 우유와 빵, 머핀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아침을 해결했다. 이곳의 음식들은 대체로 코스트코 제품들로 보였고, 가격도 다른 관광지에 비해 꽤 합리적인 편이어서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아침을 마친 후에는 오늘의 첫 일정인 Chena Kennel Tour를 신청했다. 이 투어는 다른 액티비티와는 달리 액티비티 센터에서 출발하지 않고, 직접 Dog Kennel로 이동해야 했다. 지도상 거리가 꽤 있어 보여서 차를 타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리조트 바로 옆이라 민망하게 주차하게 됐다.




Kennel에 도착해 개썰매와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솔직히 설명하시는 분의 말이 너무 빠르고 길어서, 머릿속에 남는 건 별로 없었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이어진 야외 활동에서는 썰매견들과 교감하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동물 알러지가 있는 와이프는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고, 딸아이는 좋아서 이 개 저 개 쓰다듬고, 안기고, 핥김도 받으며 정말 행복해했다.



한 마리 개가 딸아이의 옷을 물어뜯어 살짝 찢어졌을 땐 내 마음도 같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신나하면서도 당황해하던 딸아이의 표정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지막엔 새끼 강아지들을 안아볼 수 있는 시간도 있었고, 딸아이는 하루 종일이라도 여기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의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짧은 낮잠과 휴식을 취했다.



















여유와 맛, 그리고 얼음 궁전 투어
저녁이 되어 리조트 유일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가격도 비싸고 온라인 평점도 낮아서 솔직히 걱정했지만, 주문한 음식이 하나같이 정말 맛있었다. 기대 이상의 식사에 기분 좋게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예약해 둔 오로라 아이스 뮤지엄 투어에 참여했다. 크진 않았지만, 얼음으로 만들어진 바, 조각상, 룸들이 조명과 함께 은은하게 빛나면서 얼음 궁전처럼 느껴졌다. 추운 곳이라 걱정했지만 내복까지 준비해서 체감 온도는 괜찮았고, 사진도 예쁘게 많이 남길 수 있었다. 한 번쯤은 방문해볼 만한 곳이었다.(물론 입장 가격이 저렴하진 않아서... 고민해볼만도 하다.)















뮤지엄을 관람한 후엔 리조트 주변 둘레길을 산책했다. 눈이 가득한 길을 따라 눈싸움을 하며 놀았고, 따뜻한 온천물 근처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오리들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지만 이렇게 자연과 함께하는 순간들이 참 좋았다.


많이 놀다 보니 출출해져서 다시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오늘의 야식은 뜨끈한 컵라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씻으려는데, 수돗물에서 녹물 냄새가 좀 났다. 아마 유황 온천수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래된 리조트여서 배관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씻을 때 연수기 물처럼 미끈미끈한 느낌이 있었던 걸로 봐선 온천수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눈만 보이면 눈덩이를 만들고 뛰어다니던 딸아이, 어제 새벽부터 오늘까지 강행군을 한 우리 모두는 결국 씻자마자 침대에 쓰러졌다. 하루종일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오로라의 여운을 느끼며 여유롭게 보낸 하루였다. 내일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니, 녹았던 눈이 얼어 도로가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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