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7일차 – 눈과 동물들로 가득했던 마지막 하루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7시 30분쯤 눈이 떠졌다. 창밖을 보니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젠 눈이 오는 풍경도 그리 놀랍지 않았다. 천천히 준비를 마치고 로비에 있는 전자레인지로 햇반과 불고기를 데워서, 베이글과 함께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그리곤 체크아웃 후 차에 쌓인 눈을 치우고 첫 행선지인 Z.J. Loussac Library로 향했다.
앵커리지 시내는 하룻밤 새 내린 눈으로 또 한 번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도서관에 도착해 눈밭을 뽀드득 거리며 걸어 잠시 산책한 후, 내부로 입장했다.
앵커리지의 메인 도서관답게 규모도 크고 시설도 잘 되어 있었다. 시간상 2층 어린이 도서관만 들렀지만, 유아 프로그램이 한창이어서 평일임에도 아이들로 북적였다. 딸아이는 금세 책 두 권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아이를 기다리며 혹시 이곳에서도 도서관 카드를 만들 수 있을까 싶어 검색해보니, 타주 거주자도 3권 한도로 발급이 가능하다는 정보가 나왔다.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요청하자 일주일간 머문다는 설정(?)과 체크아웃한 호텔 주소를 기입하는 것으로 회원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다음 목적지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Alaska Wildlife Conservation Center였다. 이곳은 앵커리지에서 남쪽으로 약 1시간 거리이며, 부상당했거나 부모를 잃은 야생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회색곰(그리즐리), 늑대, 무스, 바이슨, 무스록스, 코요테, 밥캣, 호저 같은 북극권 대표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동 중 점심 시간이 애매해질 것 같아 웬디스에 들러 햄버거와 너겟을 사서 간단히 식사를 하며 이동했다. 어제 사고가 있었던 길을 다시 지나야 했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목적지 근처에 다다를 즈음에는 또 다시 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운전한 끝에 무사히 센터에 도착해 차량에 탑승한 채 입장권을 구매했다.
처음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차로만 둘러보기로 했는데, Muskox나 Bison 같은 대형 동물들을 보며 천천히 이동하던 중, 많은 차량이 멈춰 선 구역을 발견하고 우리도 주차했다. 그곳에는 바로 그리즐리 베어 세 마리가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곰을 보게 될 줄 몰랐고, 특히 한 마리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며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단체 관광객과 함께온 가이드 분의 말에 따르면 어제는 하루종일 곰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걸 보니 울타리 바로 옆에서 이렇게 관찰하게 된건 정말 행운이다.
그 후에도 무스, 늑대, 밥캣, 코요테, 호저 등 여러 동물들을 관람했다. 딸아이는 동물 하나하나 볼 때마다 감탄을 쏟아냈다.
눈 덮인 땅에서 눈싸움하며 놀 때가 가장 행복해 보였다. 강원도 산골 아니고선 보기 힘든 눈밭에서 실컷 눈을 만지고 뒹구는 시간은 아이에게도 우리에게도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센터 관람을 마치고 앵커리지로 돌아오는 길, 중간에 따뜻한 차한잔에 휴식을 취할겸 Girdwood 마을에 잠시 들렀다. 스키 리조트가 있어 겨울 스포츠로 유명한 이곳은 아기자기한 마을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지만, 아쉽게도 적당한 카페를 찾지 못해 간단히 마을 구경만 하고 다시 앵커리지로 향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검색 끝에 Kincaid Grill을 찾아갔지만 예약이 가득 차 자리를 얻지 못했고, 결국 Glacier Brewhouse로 향했다. 넓고 활기찬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알라스카 여행의 마지막 저녁을 풍성하게 즐겼다. 음식은 모두 만족스러웠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마저도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식사를 마친 후, 공항으로 가기 전 잠시 Westchester Lagoon 옆 작은 공원에 들렀다. 딸아이와 함께 눈 위에서 장난을 치며 알라스카의 마지막 밤을 소박하게 정리했다.
그리곤 앵커리지 공항으로 이동해 차량 반납, 수화물 접수, 체크인을 마쳤다. 지금은 공항 안의 맥도날드에서 마지막 글을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비행기는 새벽 12시 30분 출발, LA에는 아침 7시 도착 예정. 작은 사고도 있었지만 큰 탈 없이 무사히 마무리된 여행에 감사하며, 이제는 따뜻한 LA에서 여독을 풀 일만 남았다.
(추가) 비행기 안에서는 오로라는 못볼줄 알았는데. 창밖을 열심히 바라보는데 뭔가 영상의 느낌이 눈에 보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심히 카메라를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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