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 여행기: 세 번째 날, 마지막 날의 추억
데스밸리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미국 전역에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오며, 패럼프의 아침 기온도 3도로 시작했다. 조식을 먹으러 가는길이 무척 추웠다. 어제 말했듯이 조식이 생각 보다 별로여서 딸아이에겐 미리 데운 햇반과 김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였다. 식사를 마친후 숙소에서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한 뒤, 오늘의 일정을 시작했다. 점심을 준비하지 않아 근처 맥도날드와 버거킹에서 햄버거와 너겟을 사 두고, 어제와 같은 주유소에서 가득 주유하며 데스밸리 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남쪽 루트를 선택한 드라이브와 베드워터 바신
오늘은 새로운 풍경을 보고 싶어 어젯밤에 지나왔던 남쪽 슈숀 마을을 돌아 베드워터 바신으로 가는 조금 더 긴 루트를 선택했다. 드라이브하는 내내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주변의 사막 풍경이 감탄을 자아냈다. 바위산과 협곡, 그리고 맑은 하늘이 조화를 이루며 데스밸리 특유의 광활함을 느끼게 했다. 자연 속에 완전히 둘러싸여 달리는 기분 좋은 시간이 이어졌다.
베드워터 바신(Badwater Basin)에 다시 도착했을 때, 어제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낮에는 소금 평야가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며 눈처럼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맥과 하얀 대지가 만들어내는 대비는 정말 신비로웠다. 이곳이 과거에는 호수였고, 물이 모두 증발한 뒤 소금만 남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초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준비해 온 햄버거와 너겟으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며 이 놀라운 풍경을 배경 삼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모니 보락스 웍스와 메스키트 듄즈
점심 후 비지터센터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하고, 메스키트 듄즈(Mesquite Flat Sand Dunes)로 향하는 길에 하모니 보락스 웍스(Harmony Borax Works)에 잠시 들렀다. 이곳은 19세기 말 데스밸리에서 붕사를 채굴하던 역사가 깃든 장소로, 당시 채굴 작업에 사용된 마차와 설비의 잔해를 볼 수 있다. 붕사를 옮기기 위해 사용된 20마리 노새가 끌던 마차는 데스밸리의 혹독한 환경을 이겨낸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했다.
마침내 메스키트 듄즈에 도착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은 마치 황금빛 바다가 출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딸아이와 함께 사구 위를 뛰어다니고, 모래 언덕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따뜻한 모래의 감촉과 발자국 소리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만, 모래가 신발과 양말 속까지 가득 들어와 차량 탑승 전 한참을 털어내야 했다.
숨은 보석, 모자익 캐년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모자익 캐년(Mosaic Canyon)이었다. 공원 안내도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은 곳이라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너무나도 멋진 곳이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협곡은 암석이 매끄럽게 깎여져 있었고, 독특한 지형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딸아이는 돌무더기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신나게 탐험했고, 매끄러운 바위에서는 미끄럼도 타며 즐거워했다. 약 50분 동안 이어진 트레킹 내내 가족 모두가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딸아이가 즐겁게 걷고 놀며 트레킹에 익숙해진 모습이 정말 대견했다.
붉게 물든 데스밸리와 여행의 마무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 데스밸리 산맥이 붉은 노을로 물드는 모습을 보며 마지막 드라이브를 즐겼다. 산맥과 하늘이 만들어낸 붉은빛의 조화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이었다. 데스밸리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랭커스터에 있는 철판요리집에 들러 마지막 저녁을 즐겼다. 철판 위에서 갓 조리된 요리는 여행의 피로를 녹여 주었고, 맛있는 음식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데스밸리의 광활한 풍경과 함께한 이번 여정은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또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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